지주사 규제 강화 속도 붙는다

입력 2017-05-18 18:22
‘재벌 개혁 전도사’ 한성대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지주회사 규제 도입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삼성·SK·현대차·롯데 등 재벌그룹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이 예상되는 주요 지주회사 규제안은 우선 자회사 지분 보유 규정 강화가 꼽힌다. 지주회사가 의무 보유해야 하는 상장사 지분율을 20%에서 30%로 높여 재벌총수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원은 18일 “현실화되면 SK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SK그룹의 SK텔레콤 지분율은 25.2%,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다. 지분율을 높이는 데 약 4조7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 해소 정책이 추진될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정책이 추진되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진 순환출자를 유지 중인 현대차그룹이 가장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의 꼭대기로 가정할 경우 기존 순환출자 해소 비용에 약 4조86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롯데그룹도 영향권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삼성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할 경우 약 1조5000억원이 들 수 있다. 다만 김 후보자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순환출자가 재벌 승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한 곳만 남았다”며 “의미 있는 순환출자가 있는 곳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해소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도 재계의 관심거리다. 증권가에선 국민의당 채이배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 등이 지주회사 체제로 강제 편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지주사 규제안 도입은 투자자에게는 기회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재벌 개혁 공약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대차가 주주환원 정책 강화, 지배구조 투명성을 동시에 내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4.1%) 현대모비스(2.97%) 기아차(2.83%) 주가가 올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