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대행은 18일 자신이 직접 선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에 대해 “사상 최대의 국가위기 사태이자 재판관과 국민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퇴임 후 약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셈이다. 강연에서는 헌재에 대한 이 교수의 애정이 드러났다. 이 교수는 재소자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았던 선거법 조항 위헌 결정, 호주제 위헌 결정,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을 나열하며 “헌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짧은 시간 내에 헌법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자신이 헌재소장 대행으로 참여한 탄핵 심판 절차를 설명하면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며 “탄핵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신중히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매우 아프고 힘든 결정이었고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고통스러운 역사의 한 부분”이라면서도 “한국 속담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는데, 탄핵 심판이 한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한 걸음 도약한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학술대회는 고려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얼바인캠퍼스 로스쿨이 공동 주최했다. 이 교수는 강연을 마친 후 근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학교에 나오고 있다”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 교수는 3월 13일 헌재를 퇴임한 뒤 모교인 고려대에서 법조 교양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이정미 前 헌재소장 대행 “탄핵심판, 모두에 고통스러운 역사”
입력 2017-05-18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