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노랑부리저어새 ‘짝짓기’ 잡종 유전자 과학적으로 첫 발견

입력 2017-05-18 18:25 수정 2017-05-18 21:27

여름 철새인 저어새와 겨울 철새인 노랑부리저어새 잡종 유전자가 과학적으로 처음 확인됐다(사진). 기후변화 여파로 두 종류의 번식지가 가까워지고 있는 현상인지, 정체성을 잃은 일부 개체의 사례인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저어새 집단 간 유전자 다양성을 연구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저어새는 주걱 모양의 길고 검은 부리가 특징인 조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390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인천 수하암에서 확보한 알껍데기 2개를 분석해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의 잡종 유전자형을 확인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저어새는 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가을 한반도에서 번식한다. 멸종위기Ⅱ급인 노랑부리저어새는 여름에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가을∼봄 한반도에서 지낸다. 계절적으로 격리된 두 종류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것이다. 수컷 저어새와 암컷 노랑부리저어새가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두 종류의 잡종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처음인데, 정체성을 잃은 개체가 다른 종류와 잡종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아직은 기후변화 때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연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지금과 같은 급속한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번식지가 북상해 노랑부리저어새 번식지와 겹치는 부분이 확대되면 잡종이 우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화학적 계통 및 생태(Biochemical Systematics and Ecology)’ 2017년 4월호에 발표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