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친구’ 중국 믿고… 필리핀, EU 원조 거절

입력 2017-05-18 18:37
사진=AP뉴시스

필리핀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원조를 거부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과 부쩍 가까워지면서 괜한 호기를 부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란츠 예센 주필리핀 유럽연합(EU) 대사는 17일(현지시간) 필리핀 정부가 더 이상 EU로부터 신규 원조를 받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가 필리핀에 배정하려는 2억5000만 유로(약 3132억원)의 원조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EU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비난해온 게 이유로 거론된다. EU는 마약 전쟁에 대해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인권침해 문제로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길 우려가 제기되자 “원조를 중단하라. 구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조를 거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취임 후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27조원대의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등 그를 적극 지원해 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 내려졌다.

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