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눈물의 은퇴 기자회견 “눈 감는 순간까지 농구 열정 놓을 수 없을 것”

입력 2017-05-18 18:49 수정 2017-05-18 21:29
서울 삼성 주희정이 1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있다. 1997년 한국프로농구(KBL)에 데뷔한 주희정은 20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철인’으로 불렸다. 주희정은 휴식기를 가진 뒤 지도자 인생을 준비한다. 뉴시스

“아내에게 은퇴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 얘기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은퇴하려니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철인’ 주희정(40)은 1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 마련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머릿속으로만 그려봤던 ‘은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는 순간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들 지우(8)군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주희정은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 미리 준비해 왔다”며 직접 써온 글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주희정은 농구공을 갖고 놀기 시작한 초등학교, 강동희 선수를 보며 꿈을 키웠던 중학교, 할머니를 호강시켜주겠다며 죽도록 열심히 했던 고등학교 시절에 이어 20년의 프로 시절을 하나하나 짚었다. 지난 30여년의 선수시절을 되돌아본 주희정은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이겨가며 최선을 다해 달려왔기에 농구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다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은퇴를 결심한 그의 마음속 한편에선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도 묻어났다. 그는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나이에 주눅 들지 않고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주변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아이들이 1년만 더 선수로 뛰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마음에 남는다”며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주희정은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그는 “훌륭한 감독님들의 장점만 배워 지도자로 큰 꿈을 이루겠다.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케츠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처럼 팬들에게 재밌는 농구를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제2의 농구인생을 예고했다.

주희정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돈을 벌고자 1997년 연습생으로 원주 나래(현 동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한국프로농구(KBL) 정규리그 최다인 1029경기에 나섰고, 20년 동안 단 15경기만 결장했다. 이 같은 성실함과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KBL 코트를 20년 동안 빛내며 선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개인통산 5381어시스트, 1505스틸로 역대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희정은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기를 가진 뒤 지도자 인생을 준비할 방침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