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중 관계 ‘사드 걸림돌’ 없애달라”

입력 2017-05-19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왼쪽)가 18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정부의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8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중 일정에 돌입했다.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중국은 한국 특사단에 한·중 우호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문제 해결을 요구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특사의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새 정부가 한·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가 빨리 개선될 수 있다는 한국 측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으로 그동안 성과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중 관계가 있어서 안 되는 좌절을 겪었으며 이는 우리가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한국 새 정부는 이런 당면 문제를 직시하고 중국 측과 소통을 통해 필요한 조처를 해 양국 관계 걸림돌을 제거하고 한·중 관계를 하루빨리 정확한 발전 궤도로 올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특사 방문을 통해 한국 측이 좋은 소식을 주고 한국 측의 명백한 입장과 구체적인 조치를 알려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이 한·중 간 실질적인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이번에 가서 충분히 대화하라고 말했다”면서 “대통령은 앞으로 여러 차례 정상회담에서 충분한 말을 나누겠지만 진솔한 대화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면담 이후 브리핑을 통해 “특사단은 우리 신정부가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해 (사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를 위해 중국 내 우리 국민과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소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특사단 방문에 대해 “상호 신뢰를 증진시킬 것”이라면서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 측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한국은 사드냐, 한·중 관계의 완전 회복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일시 귀국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직접 나와 한국 특사단을 영접하는 등 정상급 예우를 갖췄다. 이 전 총리는 추 대사에게 “오는 7월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독일에서 있는데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고 수교 25주년을 즈음해 정상 간 회담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