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대표, 5·18 단체,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다.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이후 4년 만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초대장이 없어도 묘역 입구에 마련된 보안검색대만 통과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열린 기념식’으로 진행돼 더욱 뜻이 깊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제창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2009년 합창 방식으로 바뀐 지 8년 만이다. 여러모로 정권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예견됐던 바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케 하고 기념식에 참석해 직접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당선 후 사흘 만에 기념곡 지정 요구를 거부해 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업무지시 2호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도 대선 기간 역설했던 5·18 정신 계승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핵심어는 ‘광주정신’과 ‘촛불혁명’이다. 새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던 5·18 민주화운동과 지난해 박근혜정권을 조기 퇴진시킨 촛불혁명의 토대 위에서 탄생한 정부임을 강조한 것이다. 광주정신이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도록 진상 규명에 힘쓰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개헌 시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며 야당의 협조도 공식 요청했다. 과거사가 정리돼야 사회 통합과 개혁도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이정표를 세우고 국가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2011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작업은 필요하다.
통합과 화해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한다. 5·18 민주화운동이 더는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대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분열과 불신만 가득했던 지난 9년의 기념식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7년이 되도록 양쪽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문 대통령은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로 손을 내밀고 보듬어 안아야 한다. 그래야 광주의 아픔이 국민 통합과 화합으로 승화된다.
[사설] 제37주년 5·18 … 아픔 딛고 국민 화합 원년 삼자
입력 2017-05-18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