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감찰 결과로 개혁 의지 보여라

입력 2017-05-18 17:29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송구하다”는 말과 함께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감찰 대상이므로 원칙적으로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 감찰 결과에 따라서는 횡령 또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검사의 꽃’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의 인사·예산권을 틀어쥔 검찰국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감찰반 소속 후배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계획은 제도 개선에 치우친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판단 아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권 조정, 재정신청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검찰이 정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과거 독재정권 때부터 서서히 굳힌 잘못된 관행과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제도의 허점을 찾아 개혁조치를 무력화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했으나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일한 뒤 재임용되는 편법으로 입법 취지를 저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법무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감찰계획에는 격려금의 출처, 지출 과정의 적법성, 특수활동비 사용체계 점검이 포함됐다. 감찰 조사는 당연히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매몰돼서는 개혁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증빙자료도 없이 쓸 수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 중 일부가 권력에 줄을 댄 일부 정치검사의 쌈짓돈으로 사용됐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우병우 사단’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뿌리부터 제거해야 한다.

검찰은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을 잘못된 관행과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 권력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오만과 독선을 버린 진정한 검찰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