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직도 의약품 리베이트 영업사원만의 책임일까?

입력 2017-05-21 19:26
최근 S의원이 제약사들로부터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을 받았다는 제보가 왔다. 10여개에 달하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현금 등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수년전 일이라 일부 영업사원들은 퇴사를 했거나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에 제약회사 측도 사실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불법 리베이트가 불거지면 항상 관련 제약사들은 ‘영업사원만 아는 사실’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모 제약사는 영업사원의 일탈로 치부하기도 한다. 회사는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모르쇠로 일관해야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리베이트가 영업사원만의 문제일까. 불법 리베이트가 영업사원 개인 돈이냐, 회사 돈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돈을 전달한 당사자로 가장 먼저 영업사원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제약 영업사원들의 부담감은 크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과거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까. 영업직은 매달 실적을 정하고 목표치를 채우려 노력한다. 회사의 압박도 적지 않다. 제약업계의 경우 과거 영업사원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허울에 불과하다. 억대 연봉에는 의약품 판매 촉진 비용이 포함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고액 급여를 보장하면서도 불법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이를 악용하는 일부 제약사들도 있다. 불법 관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해왔다. 그렇지만 영업사원의 책임은 변하지 않았다.

과거 모 제약사를 방문했을 때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다. “여기 병원은 가도 들어오지를 못하게 하네. 방법이 없을까”, “난 좀 이따 인천공항으로 가야 돼. 담당 병원의사가 (해외)학회 갔다 오늘 돌아온다고 했거든”, “난 지난주에 갔다 왔는데”, “난 이번 주말에 (의사가 골프장에) 나가기로 예약돼 있다” 등이다. 직원간에 영업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대화이지만, 그들의 비애가 느껴졌다. 물론 수년전 이야기다. 현재 제약영업 환경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 영업직원들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때문에 복제약 판매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 단속과 처벌에 적극 나서자 모든 제약사들이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강화했다. 하지만 실적이 강조되는 업무환경 때문에 영업사원들의 일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불법과 편법이 용인되는 영업사원들의 업무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병의원이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받지 못하도록 정부가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제약 영업사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아도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관련 제약기업들도 영업직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도록 좋은 의약품을 생산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에 정부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제약산업은 위축된다. 제약을 국가 기반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영업 관행을 털어내고, 환자들의 좋은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