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감시 등 재벌 적폐청산 힘 실린다

입력 2017-05-18 05:00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에도 속도감이 붙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조사국 부활, 상습적인 불공정행위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강화 등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사안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자는 새로운 법과 제도 신설에 앞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 강화 등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민주화 과제 우선 착수

공정위는 김 후보자 청문회 준비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과제 중 우선 처리할 수 있는 과제를 추려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우선 대기업조사국 부활을 위해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와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부활되는 대기업조사국은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10대 그룹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게 된다.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과징금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공정위는 상습 불공정행위 기업의 가중처벌 기준을 이전 3년에서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처럼 5년이나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역시 국회 동의 없이 공정거래법에 관한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면 된다.

재벌 개혁·갑 횡포 근절 균형 추진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 등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깊숙이 관여했다. 2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하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 또 재벌 개혁 완수를 위해 첫 위원장으로 임명된 만큼 문 대통령의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민간 출신의 공정위원장들처럼 현안을 파악하는 데 1년 걸리고, 일할 만하면 교체되면서 정책이 흐지부지될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실효성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신설되고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는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시장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정반대로 김 후보자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 아래 주주, 채권자, 소비자 등 시장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의 권리가 정상화되는 방향을 중시한다. 이런 시각에서 재벌 개혁 역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논란이 일 수 있는 제도 변화보다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등 자율지침 마련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선 발표 직후 청와대에서 재벌 개혁 방안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정부 공정위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시장경제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시장 주체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폐지, 재계 반발은 숙제

문 대통령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고발 권한을 공정위만 갖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과 경찰, 공정위 간에 조사가 중복되는 등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프로세스 전체의 한 부분일 뿐”이라며 “공정위 집행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거쳐 집행 수단 전체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지속됐고 김 후보자도 시민단체 대표로 실무적으로 함께 논의한 파트너”라면서 “전속고발권 문제가 단순하지 않은 고차방정식 문제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조사국 부활 등 공정위 위상 강화를 예의주시하는 대기업에 합리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것도 김 후보자의 숙제로 꼽힌다.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