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 해임 파문,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 유출 논란에 이어 FBI 수사 중단 압박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탄핵 여론이 불붙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다음 날인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코미 전 국장을 독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이 플린을 놔주길 바란다”며 “그는 좋은 사람이다. (수사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언론을 ‘미국인의 적’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내통 의혹을 보도하는 기자를 구속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수사중단 요구에 크게 놀랐으며,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상세한 메모를 작성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미 전 국장은 이 메모를 FBI 고위 간부와 측근들에게 직접 보여줬다.
코미 전 국장의 2쪽 분량 메모, 이른바 ‘코미 메모’가 러시아 내통 의혹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NYT는 이 메모가 트럼프 대통령이 FBI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코미 전 국장은 해임 전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확대하려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코미 전 국장을 통해) 내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수사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
백악관은 NYT 보도에 대해 “해당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를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수사도 중단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코미 메모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CNN방송은 “코미 전 국장의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가 ‘코미 메모’ 대 ‘트럼프 테이프’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에 “코미 전 국장은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제공한 IS 관련 핵심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 역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IS가 노트북 폭탄을 활용한 미국행 여객기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러시아 측에 유출해 이스라엘 정보원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접견 당시 대화록을 미편집 상태로 의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의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 응답은 48%였고, 반대는 41%였다. 국민 둘 중 한 명이 탄핵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왜 공격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정치적 정신분열증에 휩싸인 것 같다”며 “백악관이 허락한다면 당시 대화록을 미 상·하원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트럼프, 이번엔 FBI에 ‘러 내통 의혹’ 수사 중단 압박
입력 2017-05-1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