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김상조, 눈치 안보는 ‘재벌개혁 전도사’

입력 2017-05-17 18:07 수정 2017-05-17 21:17
문재인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수 시절 오랜 기간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 활동을 해온 그는 앞으로 정부의 재벌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주 기자

‘재벌 개혁 전도사’가 칼을 쥐었다. 그는 13년 전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서 바지가 찢어진 채 쫓겨났다. 4년 전에는 삼성 사장단 앞에서 재벌 개혁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재벌 개혁 선봉에 섰다.

청와대는 17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을 먼저 인선한 뒤 공정위원장을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첫 장관급 인사로 공정위원장을 내정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재벌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경제 개혁에 대한 새 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 등 경제 개혁에 대한 방향을 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역임하는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의 대부 격이다. ‘재벌 저승사자’ ‘재벌 개혁 전도사’로 불려 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 출신으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애제자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재벌 개혁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등 강성 이미지와 달리 합리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중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강경 일변도였던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바뀐 것도 김 후보자가 합류한 이후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 정책자문위원 등 10년 넘게 재벌 개혁 관련 사안을 토론하면서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시각은 달라도 말이 통하는 합리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한 이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고, 지난 3월에는 문재인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김 후보자는 “우리나라 30대 재벌 자산 중 4대 재벌이 절반”이라며 “경제력 집중억제와 관련된 주된 정책의 대상은 4대 재벌로 좁혀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우리나라 상위 4대 그룹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 방식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경직적인 방식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현행법을 집행할 때는 상위 재벌에 집중해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시장의 압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상법 개정이나 스튜어드십 코드 등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감독을 통한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문동성 기자 zhibago@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