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김상조 내정에 숨죽인 재계

입력 2017-05-17 18:11 수정 2017-05-17 21:26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학자 출신으로 경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17일 “그동안 발언 내용을 보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학계에 계실 때 했던 생각을 무리하게 현실에 적용해 기업의 성장, 고용 등에 어려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실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자로서 기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과 정책을 실행하는 정부 관계자로서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보면서 기업의 성장, 고용 등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재벌 개혁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기업의 문제점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름만 들어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문제점을 잘 알고 계신 만큼 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는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공정위가 합리적인 개혁에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개혁의 강도 못지않게 합리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뛰어난 의사는 아무 약이나 쓰지 않고 필요한 것만 해서 낫게 한다”면서 “기업이 잘못된 건 제대로 처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이 스스로 개선할 여지를 주면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기업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이라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향에 맞춰 우리 대기업들도 공정거래, 동반성장의 기조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고쳐나갈지 대기업, 중소기업 등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합리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기업 정서가 거세지면서 기업인이 정부에 발언하는 것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자유로운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도록 돕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