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제자들 구하다… 한 줌 유골로 돌아온 ‘또치샘’

입력 2017-05-17 17:46 수정 2017-05-17 21:19

세월호 인양 이후 처음으로 발견된 유골의 신원이 미수습자 9명 중 한 명인 단원고 교사 고창석(사진)씨로 17일 확인됐다. 미수습자의 신원이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참사 1127일 만이다. 고씨는 296번째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됐다.

체육교사였던 고씨는 참사 한 달 전인 2014년 3월 단원고에 부임했다. 제자들은 고 교사의 머리 스타일이 고슴도치를 닮았다며 그를 ‘또치쌤’이라고 불렀다. 고 교사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 대해 꾸중을 하거나 매를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자를 집이나 식당으로 불러 저녁을 먹이고, 귀 기울여 바른길로 인도하는 친형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운동신경이 남달랐던 고씨는 대학생 때 인명구조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다. 하지만 물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양보하고 배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느라 정작 본인은 선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고씨는 4층 객실 곳곳을 다니며 배에서 탈출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고 당시 나이는 40세였다. 고씨의 아내는 단원중 교사였다. 참사 당일 아내에게 “애들 돌보느라 고생했다. 미안하다”고 보낸 문자 메시지는 결국 마지막 유언이 됐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5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수습한 뼈 1점의 유전자(DNA) 정보를 분석한 결과 고씨의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밝혔다. 수습본부는 당시 오전 11시36분쯤 병풍도 북쪽 3㎞ 지점에서 사람 정강이뼈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수습했다.

유골은 인양 과정에서 유실을 우려해 쳐놓은 펜스 내 특별 수색구역에서 발견됐다. 수중 수색을 시작한 지 26일 만이었다. 앞서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유실 방지를 위해 해저의 선체 주변으로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철제펜스를 설치했다.

세월호를 인양한 뒤 지난달 9일부터는 펜스 내부를 40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을 시작했다. 잠수사들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해저면을 손으로 더듬는 방식으로 수색했다. 발견된 유골은 곧바로 강원도 원주 국과수 본원과 대검찰청으로 보내져 정밀 감식이 이뤄졌다. 그동안 4차례에 걸쳐 DNA 검사를 진행했다.

DNA 분석은 당초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12일 만에 완료됐다. 수습본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뼈의 DNA 분석을 위해서는 3∼4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는 뼈의 칼슘을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탈칼슘화)에만 2∼3주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경우는 의뢰된 뼈의 상태가 양호했고, 신속한 분석을 위해 탈칼슘화가 진행된 부위를 우선적으로 계속 채취해 분석함으로써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로써 미수습자는 9명에서 8명이 됐다. 남은 미수습자는 안산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 양, 남현철·박영인군, 단원고 양승진 교사와 일반 승객 권재근·혁규 부자, 이영숙씨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