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해로 비결요? 취미와 배려, 신앙 함께해 온 음악이죠”

입력 2017-05-19 00:00
우동화 장로와 함의자 권사가 17일 경기도 파주시 문라이트홀에서 리허설을 갖고 있다. 우 장로가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아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결혼 50주년을 기념해 23일 작은 음악회를 갖는 우동화 장로 부부.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주께 두 손 모아 비나니 크신 은총 베푸사 밝아오는 이 아침을 환히 비춰주소서….”

17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문라이트홀.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남성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중후한 음성으로 CCM ‘사랑의 종소리’를 부르고 있었다. 객석에선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오른발로 박자를 맞췄다. 노래가 끝나자 여성은 박수를 치며 생수병을 건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아 체르니의 ‘빈 행진곡’을 연주했다.

오는 23일 오후 6시 ‘아름다운 추억’을 주제로 열리는 작은 음악회의 최종 리허설 현장이다. 일흔다섯 살 동갑내기 부부 우동화(서울 희성교회) 장로와 함의자 권사가 결혼 5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무대다.

성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우 장로의 실력은 프로급이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개인 레슨을 받는가 하면 가곡동호회나 성가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음악회에선 성가와 이태리 가곡 등을 부른다. 모두 사랑에 관한 노래다. 우 장로는 피아노 독주도 한다. 함 권사는 오카리나와 피아노를 연주한다. 오카리나는 입문한지 3년 정도 됐다. 부부는 “음악회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우동화’ ‘함의자’라는 이름 때문에 대학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운동화’ ‘걸상(의자)’으로 놀림을 받다 정이 들어 1967년 4월 20일 결혼했다.

당시 함 권사는 피아노를 혼수로 가져갔다. “남편이나 저나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잘 쳤어요. 대학축제 때 남편이 노래를 부르면 제가 반주를 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결혼 이후 함 권사는 피아노 앞에 앉아본 적이 없다. 피아노는 언제나 남편의 차지였다. 우 장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아노를 치면서 기분을 풀었다”며 “한번 앉으면 두 시간은 기본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말했다.

함 권사가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한 게 50년 만인 셈이다. “우리 칠순 때 남편이 독창회를 열었어요. 오신 분들이 다음엔 부부가 같이 음악회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지요. 문득 피아노를 보는데 없는 형편에 혼수로 피아노를 사주신 엄마가 얼마나 섭섭해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작 딸은 피아노를 안 쳤으니 말입니다. 다 잊어버렸을 거라 걱정했는데, 손가락이 먼저 기억하고 반응하더라고요. 천국에 계신 엄마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요.”

부부에게 50년 해로의 비결을 물었다. 취미와 배려, 그리고 신앙이라고 답했다. “살면서 힘들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 시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한데 부부가 같은 취미생활을 하면 도움이 돼요. 좋은 취미를 가져보세요.”(우 장로)

2011년 함 권사는 흑색종으로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했다. 퇴원하는 날 균형을 잡지 못해 제대로 걷지 못하자 부부는 의수족 제작업체를 찾았다. 발가락 보조기만 제작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아내의 상심이 컸다.

“남편이 붕대를 갖고 며칠 씨름하더니 제 엄지발가락을 대신할 수 있는 붕대 보조기를 만들어 착용시켜줬어요. 딱 맞더라고요. 그걸 2년 정도 하고 다녔죠. 저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부부는 그렇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나 자신보다 배우자와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편안한 ‘운동화’로, 아내는 그런 남편이 편히 쉴 수 있는 ‘의자’로 50년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부부에게서 참 사랑의 정의를 다시 배웠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교만하지 않고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고전 13:4∼5)

파주=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