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후 자본시장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 투명성이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관여하면 장기적으로 사회와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사회적 책임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해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자율지침이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대상 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내용이다. 주주로서 이사 보수를 줄이거나 배당을 확대하자고 제안하는 등 경영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제도의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기관이 주주총회 거수기로 전락하는 건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실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면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반대 의견을 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아직 5개월째 참여 기관이 없다. 자산운용사 등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기관들의 경영 간섭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국민연금이 사회적 투자 원칙으로 총수 일가 불법·편법 지배·상속 방지, 소액주주 이해관계 침해방지 등 사안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게 하겠다”고 밝혔었다. 17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실효성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해온 만큼 조만간 제도 시행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문형표 이사장 구속 등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미루던 국민연금은 최근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내고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이달 중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할 때 주의해야 할 법적 쟁점 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기업 주가가 외국기업보다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홍콩 CLSA증권은 주주권리 강화, 기업 배당성향 확대 등을 통해 코스피지수가 문 대통령 임기 말 최고 4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 일본 금융청이 2014년 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표한 이후 닛케이지수는 1만4000 수준에서 1년 후 2만을 돌파하는 등 급등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문 대통령 임기 중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관투자가가 환경·사회·윤리적 기준에 반한 기업에 투자할 경우 당장은 수익을 낼 수 있어도 최종 수익자인 고객에게는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전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환경·인권·부패 등 윤리적 기준에 어긋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SK그룹은 지난 3월 주요 계열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정경유착, 가계와 기업 소득 불균형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 기업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급물살… 기업 체질개선 기대
입력 2017-05-1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