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급격하게 고도화되고 현실화됐다”며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대비태세 강화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현안 보고를 받고 “북한은 사흘 전 미사일을 발사했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도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다.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군을 ‘적’으로 표현하며 안보역량 강화를 각별히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은 철통같은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적의 무력도발을 즉각 강력 응징할 수 있는 그런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런 역량을 더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당시 문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주적’ 표현을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고 해 논란이 일었고, 국방부는 “2016년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군은 ‘우리의 적’으로 표기돼 있다. 주적 표기는 없다”고 설명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은 것이 오늘의 안보 현실”이라며 “나는 우리 군을 믿는다”고 당부했다.
현안 보고에 참석한 지휘관을 향해서도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참여정부 때 나와 국방을 함께했었던 분들”이라며 “정권은 유한해도 우리가 사는 한 조국은 영원하다. 국방 태세에는 한순간도 이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보고에 앞서 “취임 초기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도 국방부를 찾아 현안 보고를 받는 데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군의 주요 지휘자들이 군에 부여된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안 보고에는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바른정당)을 비롯해 이종걸 김진표 진영 이철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대 정의당 의원, 서영교 무소속 의원 등 여야 국회 국방위원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날 현안 보고는 사실상 전군 지휘관회의급으로 치러졌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박수현 대변인 등이 문 대통령을 수행했다. 군에서는 한 장관과 이순진 합참의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 현안 보고 후 한 장관과 함께 200m가량 걸어서 합참으로 이동, 합동 군사지휘본부 보고를 받았다. 이어 박지연 여성비행대장(소령), 김경률 청해부대 전대장(대령),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부상한 하재헌 중사, 해외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한 백은재 일병을 화상통화로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걸어서 이동하는 동안 국방부 공무원들이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대통령 이동 경로를 통제했지만 이번엔 통제가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이 국방부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자유롭게 나와 환영, 환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우리 軍 믿는다… 敵 무력도발 응징할 능력 갖춰”
입력 2017-05-17 21:08 수정 2017-05-18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