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술車 ‘험비’ 빼돌려 판 간 큰 고물상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전투용 차량 험비(사진)를 빼돌려 판 고물상과 한국계 미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험비는 대전차 무기 토우미사일이나 기관총을 달고 병력을 나르는 미군 주력 전술차량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주한미군기지에서 험비 3대를 빼돌려 판 한 혐의(군용물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고물상 허모(60)씨와 한국계 미군 전모(47) 중사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험비를 산 영화소품제작업자 김모(54)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험비가 대당 수천만원에 팔린다는 걸 알고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험비 3대를 부대 밖으로 빼돌려 판 혐의를 받는다. 6월에 빼낸 토우미사일 장착형의 시가는 7000만원, 9월에 빼낸 병력 수송용 2대의 시가는 대당 4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의 간 큰 작전은 미군부대를 드나들며 고물을 모아 팔던 허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전 중사를 꾀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오래돼 안 쓰는 험비를 불용품(不用品) 매각처리소로 옮기는 것처럼 부대 책임자를 속이고 험비를 빼냈다. 가져온 험비는 사람 없는 주차장과 허씨의 고물상 야적장에 감췄다.

시가보다 싼 2000만∼3000만원에 험비를 내놨지만 막상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만난 김씨가 영화소품으로 개조해 임대업을 하기 위해 1100만원을 내고 토우장착형 험비를 사갔지만 병력 수송용 2대는 끝내 팔리지 않았다. 허씨는 캄보디아나 스리랑카로도 눈을 돌렸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은 험비가 시중에 유통된다는 신고를 받고 미군부대 주변을 탐문하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군용품 수집가들이 험비 부품 조각들을 모아 재조립한 적은 있어도, 온전한 원형 험비가 반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