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돌아온 이재현 회장 “2030년엔 월드 베스트 CJ”

입력 2017-05-18 05:01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이 경영 복귀를 선언한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CJ그룹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한 뒤 휠체어에 앉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13년 7월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은 2020년 ‘Great CJ’를 넘어 2030년 ‘World Best CJ’ 달성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 광교 통합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했다. 흰 셔츠에 회색 정장을 입은 이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에 의지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고 얼굴에는 미소가 넘쳤다.

이 회장은 오엽송 기념식수를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약 3분간 서 있기도 했다. 또 직원의 부축을 받아 두 차례 삽으로 흙을 떠 오엽송에 뿌렸다. 직원들과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CJ 관계자는 “여전히 거동이 불편하지만 짧은 거리는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식수 행사에는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과 CJ제일제당 김철하 부회장, CJ그룹 이채욱 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이 회장은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식품회사에서 문화기업으로 그룹을 성장시키며 숨가쁘게 달려오다 위기를 맞아 긴 공백 기간을 가졌던 이 회장은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콘텐츠, 생활문화 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 사업군은 국가경제의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대 회장님과 저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World Best CJ’라는 새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기존 목표를 넘어 2030년까지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CJ그룹은 올해 5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물류·바이오·문화콘텐츠 등 분야 인수·합병(M&A)을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CJ블로썸파크는 이런 이 회장의 의지를 상징하는 장소로 채택됐다. CJ블로썸파크는 식품·소재·바이오·생물자원 등 CJ제일제당 각 사업부문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한데 모은 융복합 시설이다. 축구장 15개 크기(연면적 11만㎡) 규모에 60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수용하고 있으며 4800억원이 투입됐다.

이날 오후에는 이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2017 온리원 콘퍼런스’가 열렸다. 지난 1년간 높은 성과를 거둔 임직원들을 시상하는 행사로 2005년부터 매년 열렸지만 2013년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중단됐었다. 이 회장은 “여러분이 걱정해준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하고 4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며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현수 허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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