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문재인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됐다. 재벌 개혁을 주도할 공정거래위원장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주창해온 진보적 경제학자를 앉힌 것은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재벌 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도 “재벌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문재인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런 점에서 ‘재벌 저격수’로 불려온 김 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정경유착 실태가 또 한 번 드러나면서 재벌 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에야말로 권력과 자본의 검은 거래를 끊고 건전한 상생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재벌 개혁 공약은 공정한 시장 룰을 만들고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도 대부분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다.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 전담 부서인 조사국을 12년 만에 부활시키겠다는 것도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경영권 편법 승계 등 잘못된 관행이나 불법 행위에 대해선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엄벌하는 게 마땅하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나 과징금 상향 조정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공정위의 칼날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죄거나 기업할 의욕까지 꺾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학자 시절 다소 과격하게 비칠 수 있는 재벌 개혁 방향을 주문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조사국 부활로 과잉 조사와 규제가 남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상법 개정안 중 일부 제도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방어권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 투기 세력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야당 일부가 반대하고 있어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더라도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 후보자는 공약이더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규제만을 선별해 시행해야 한다.
재벌 개혁은 지난한 과제다. 김 후보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기업이란 점이다.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경영권을 침해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과거의 관행을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글로벌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국격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기업들도 이제는 구태를 벗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거는 기대와 우려
입력 2017-05-17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