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사진) 대법원장은 진보성향 연구회에 대한 압박 등 최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불거진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사법개혁 저지 의혹’이 불거진 뒤 대법원장의 입장이 공식 발표된 건 처음이다. 양 대법원장은 현안과 관련해 각급 법원에서 선정한 법관들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대법원장은 17일 법원 전산망에 글을 올려 “법관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걱정을 끼쳐드리고 자존감에 상처를 남기게 돼 가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법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저의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고도 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과 같은 사건은 사법부 내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라며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해 법관들의 의견을 충실히 듣겠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법관들이 함께 모여 문제점과 개선책을 토론할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법원행정처도 필요한 범위에서 이를 최대한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은 사법부 내 진보성향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압박 논란에서 비롯한 일이다. 해당 연구회는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법원행정처가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이후 꾸려진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의혹 조사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진상조사 이후에도 논란은 완전히 가라앉지 못했다.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 진상조사에서도 근본적 개혁 의지보다는 법원행정처를 감싸는 태도가 엿보인다는 의견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일선 법관들은 각 법원에서 판사회의를 열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책임 통감”
입력 2017-05-1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