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텅 빈 청와대 컴퓨터… 관련법 정비해 국정단절 없애야

입력 2017-05-17 17:44
청와대의 부실한 업무 인수인계 문제가 또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일 만에 청와대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새로 사람을 뽑으려 해도 인사검증 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지난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려 해도 의사결정 과정을 알 수 없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심하게 말하면 국가 경영의 핵심인 청와대가 한동안 백지상태에서 주먹구구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부실한 인수인계에 따른 국정단절 우려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발생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노무현정부에서 만든 문서 시스템이 통째로 봉하마을로 이전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의 인사검증 자료가 모두 사라졌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어떤 정권도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전 정권을 비난하고 끝냈을 뿐이다. 때문에 국민은 5년마다 청와대 전·현 주인의 어이없는 말싸움을 보며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청와대에서 생산한 모든 자료의 대통령기록관 이전을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는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고 남은 모든 기록물을 복구할 수 없게 파기하라고 적혀 있다. 부실한 업무 인수인계는 법을 정확하게 지킨 탓인 것이다. 물론 10년 전 법이 제정될 때는 각종 매뉴얼과 정책자료를 다음 정부에 넘겨 경직된 법해석을 극복하려 했지만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운영의 묘’는 그 때뿐이었다.

정부는 대통령기록물 관련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법을 만들 당시에는 기록물 보존 시스템 확립이 중요했기 때문에 기록물 활용의 방법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이제 보존과 활용의 원칙,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법이 과거의 잘못을 지우는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