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소상공인 답답한 사연 ‘현장형 신문고’ 울리세요

입력 2017-05-18 05:02

영·유아용 필수 아이템 중 하나인 카시트. 차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구비하는 품목이다. 이 점에 착안, 아이들이 카시트에 앉아 있을 때 소변을 보면 센서가 감지해 ‘삐’ 소리로 알려주는 아이디어가 2014년 10월 특허 출원됐다. ‘엄마소리 변형 유아 카시트’라는 이름의 이 아이디어는 군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형자 김모씨의 작품이다.

김씨는 실용신안과 특허를 동시에 출원했는데, 결과적으로 특허는 무효 처분됐다. 특허 수수료 22만2300원을 납기일인 15일 이내에 내지 않아 특허법에 위배됐다는 이유다. 수형자라는 특성 때문에 교도관에게 납부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게 원인이다. 실용신안과 특허는 각각 다른 계좌로 입금해야 하는데, 부탁을 받은 교도관은 실용신안 등록 계좌에 나눠 내야 할 돈을 한꺼번에 입금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특허청에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김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의 중재로 2015년 2월에야 특허 납부기일을 연장할 수 있었다. 최초의 교도소 특허 민원은 그렇게 해결됐다.

법은 엄중하게 지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김씨 사례처럼 산업현장에서는 특수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소관 정부부처는 엄격한 법 적용을 고수하며 예외를 두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자칫 책임 소재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불만도 그래서 발생한다.

17일 권익위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형 민원은 지난해까지 모두 2550건이 접수됐다. 민원 해결을 담당하는 ‘기업 옴부즈맨’ 제도 시행 시기가 2009년부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 319건 정도 접수되는 셈이다. 대부분 특수한 상황이 기반이지만 소관 부처에서 해결되지 않아 권익위까지 오게 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소관 부처의 경직성을 넘어서 민원인 입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제도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3년 전인 2014년부터는 민원인들과 함께하는 현장 조사 및 회의를 운용한 덕분에 해결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접수된 건 중 시정 권고, 의견 표명, 조정 합의라는 형태로 해결점을 찾은 건수 비율은 2014년 26.1%에서 2015년 31.7%로 늘더니 지난해에 40%를 넘어섰다. 해결 건수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권익위 판단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기업 고충이 해결되는 게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