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독교 고전 중 하나인 리처드 니버의 책과 동일한 제목인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신학적 답변이다. 응답자는 20세기 네덜란드 최고 개혁주의 신학자 중 한 사람인 클라스 스킬더다. 당대 네덜란드 개혁주의 신학의 대표주자였던 헤르만 바빙크, 에이브러햄 카이퍼 등 이른바 ‘신칼뱅주의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줬던 인물이다. 문화를 대하는 저자의 관점은 그러나 이들과 다르다. 그는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그리스도인은 문화를 변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1932년 발표됐던 이 책의 원제는 ‘예수 그리스도와 문화생활’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을 향해 이 땅의 문화를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변혁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이 세상문화를 변혁시켜야 할 근거는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는 문화명령(창 1:28)이다. 문화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를 경작하며 보살피는 일이다. 우리 삶 자체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문화명령은 아담의 직무이자 동시에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공통사명이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죄가 인간에게 침투하면서 문화명령은 왜곡됐다. 원죄를 지닌 인간은 적(敵)그리스도의 문화를 만들어왔다. 이 악순환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둘째 아담’으로 오면서 스스로 병든 문화를 치유하고 회복시킬 근거가 됐다.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에겐 창조 당시 하나님의 문화명령이 여전히 유효하며 그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뒷부분에 소개되는 ‘성경적 문화관에 관한 일곱 가지 결론’은 구체적 매뉴얼이다. 문화는 구체적인 섬김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울림이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가죽 작업복을 입든 박사 가운을 입든 무엇을 입든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망치와 낫을 깃발로 삼아 고무장화를 신거나 연료통을 들거나 화가의 팔레트를 들고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179쪽)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그리스도 중심 문화생활은 아담의 직무이자 인간 사명
입력 2017-05-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