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푸른 콩잎, 푸른 예수

입력 2017-05-18 00:04
푸른 콩잎을 구더기 떼 속에 던져 넣는다. 그러면 그 더러운 욕망의 구더기들이 푸른 콩잎 위로 기어 올라와 죽는다.…장독 속으로 던져진 푸른 콩잎은 온갖 탐욕과 죄악이 들끓는 우리의 삶, 그런 삶의 뿌리인 우리 마음에 강력한 해독제로 던져 넣어진다. 그것은 부패한 우리 삶을 위한 소금이며 어두컴컴한 우리 마음을 비추는 빛이다. 온통 곰팡이 꽃핀 눅눅한 삶, 우리 마음 한 구석의 들끓는 욕망의 구더기 떼를 걷어내는 그 푸른 콩잎은 예수의 은유로 읽을 수 있다. 만인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고통당하고 죽음의 길을 걸어간 그 푸른 예수가 아니라면 누가, 또 무엇이 우리를 그 끔찍한 욕망의 구더기 떼, 탐욕의 악어에게서 구원해 주겠는가. 콩잎은 푸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푸른빛을 낸다. 우리의 예수도 푸르다.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127∼128쪽)/이승우 지음/복있는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