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1명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이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비해 일반 가정은 15∼40%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어려운 처지에서 아이를 키워온 미혼 부모는 분노했다. 이들은 “아이를 버릴 때보다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아이를 키울 때 아이에게 가는 지원금이 적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빈곤가정 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혼모 김나현(28)씨는 만 3세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딸이 자주 아파 일을 그만두고 돌보는 중이다. 나현씨가 받는 지원금은 한부모가족 양육지원금 월 17만원이 전부다. 기초생활수급자 적용은 안 된다.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 아동수당도 받지 못한다.
육아에 들어가는 돈은 만만치 않다. 어린이집에 내야 하는 교재비, 견학비 등은 적은 돈이지만 나현씨에겐 부담이다. 특별활동비는 다행히 어린이집 원장 배려로 내지 않지만, 의류비·식비 등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은 양육지원금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나현씨는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에 비해 지원금이 턱없이 적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엔 나현씨가 골반에 농양이 생겨 병원 입원을 했는데, 미혼모에 대한 병원비 지원이 전혀 없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혼 부모들은 보육시설 지원금을 알면 깜짝 놀란다. 힘든 상황에서도 육아를 포기하지 않을 때보다 오히려 육아를 포기했을 때 정부가 아이에게 지원하는 돈이 훨씬 더 많아서다. 보육원에 보호되고 있는 아이에게는 지자체로부터 월 247만원이 지원된다.
미혼모자 보호시설에서 만 2살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홍경희(37)씨는 “아이를 키울 때보다 버릴 때 나라가 아이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에 지원되는 돈 일부만 미혼 부모에게 지원해도 우리 삶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와 한부모가족 양육지원금의 중복 지원이 안 되는데 이 제한만 풀어줘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육원보다 미혼 부모 지원에 더 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용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미혼 부모의 양육은 결혼 제도 밖에서 이뤄지는 양육인데, 얼마나 어렵고 양육비가 많이 드는지 한국 사회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비현실적인 지원금이 책정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한부모가정에 지원을 늘려 아이를 유기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좋은 방식인데도 한부모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자칫 한부모가정을 장려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기우 때문에 지원을 덜 한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도 한국 사회는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족에 대한 문화적 수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시설에 맡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에게 오히려 지원금을 늘려 가정에서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경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현행 한국의 정책은 아이가 버려져야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라며 “아이를 버리지 않고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출산과 양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복지 정책은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이 같이 가야 한다”며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한부모가정이나 빈곤가정 지원의 경우에는 선별적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게 맞다. 보육원에 대한 지원금을 상한치로 해서 양육 지원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가장 슬픈 범죄] 아이가 포기해야 나오는 유명무실 지원금
입력 2017-05-17 05:00 수정 2017-05-19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