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금융 긴축 조치가 경제 분야 권력이동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중국 당국이 추진해 온 일련의 유동성 긴축 조치가 국가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주도권에 변화가 있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전면에 등장한 인물은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상무위원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LSR)는 16일(현지시간) “최근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은행 밖 신용중개)을 정조준한 중국의 유동성 긴축은 최고위층 간 권력이동의 신호”라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을 다시 주문하고 있는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LSR은 이어 “중국이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금융 변동성 억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망하며 “이 같은 정책 우선순위의 변화는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리커창 총리로부터 왕치산 서기에게 넘어갔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왕 서기는 제도권 밖 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단속에 나섰고, 궈슈칭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위원장) 등 최근 임명된 금융 당국자들과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 중국 은행들이 비은행 금융기관을 상대로 급속하게 돈줄을 죄고 있는 것도 그의 치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25일 정치국 회의에서 금융리스크를 두 차례나 언급했고, 집체학습에서도 “금융안정이 중국 경제와 사회발전의 전략적이고 근본적인 대사(大事)”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최측근 실세가 추진 중인 금융개혁에 힘을 실어줬다.
LSR은 “중국의 금리 상승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 축소라는 목적 외에도 그림자금융 거품을 걷어내려는 것도 포함됐다”고 강조하며 “시진핑의 반부패 개혁이 왕치산 서기에 의해 경제정책으로 구현된다면 중국 경제의 개혁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글로벌 분석기관 밸류워크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채무는 여전히 증가 중이라고 지적했다. 밸류워크는 “중국 은행들의 1분기 민간 신규대출은 5조3000억 위안(약 850조원) 늘었고, 부동산 담보대출도 전년 동기 대비 4000억 위안(약 64조8560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리커창 지고 왕치산 뜨고 중국 경제권력 이동 조짐
입력 2017-05-16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