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진행된 주요국 특사단 오찬에서 “새 정부가 ‘피플파워’(국민의 힘)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의미를 (각국에) 강조해 달라”며 “특히 이제는 외교 관계에서도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강조하라”고 당부했다. 외교적 논의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지적을 받은 박근혜정부와는 다른 기조를 취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떤 경우든 순서가 중요하다. 국회 동의 절차, 국민적 합의 절차, 그리고 그 절차에 맞는 외교가 돼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절차적으로 밟아가면 국민의 오해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국민적 합의와 국회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때보다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물려받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6개월 이상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특사단 파견은 정상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은 특사단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한·미 정상의 전화 대화를 기초로 미국 인사들과 북핵,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오겠다”며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특사는 문 대통령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러시아 특사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할은 북핵 문제 해결이나 극동 가스 개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하다”며 “시베리아 철도 연결 등 대통령이 평소에 가진 대륙경제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총리는 “사드 문제, 기업인들의 어려움, 인적 교류 문제 등이 논의될 사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본 특사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은 오찬을 마친 뒤 국회에서 “대통령이 한·일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자고 했다. 저쪽(일본)에서도 그렇게 하자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셔틀 외교는 양국 정상이 당일 또는 매우 짧은 일정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명박정부 초기 한·일 간 셔틀 외교가 한동안 진행됐었다.
오찬에는 이들 외에 유럽연합·독일 특사인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 특사단 20여명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 등이 참석했다.
홍 전 회장과 문 전 부의장은 17일 각각 워싱턴과 도쿄로 출발한다. 이 전 총리는 18일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문 대통령은 또 김희중 한국 천주교주교회 의장을 조만간 교황청에 특사로 보내기로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피플파워 정부인 점 강조해달라” 文 대통령, 특사단 오찬서 주문
입력 2017-05-16 17:52 수정 2017-05-16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