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만인보’ 집필 서재, 서울 도서관에 조성

입력 2017-05-16 18:48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고은 시인이 16일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만인의 방’ 조성 업무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로시인 고은(83)이 연작시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하던 시절의 경기도 안성 서재가 서울도서관으로 이전한다.

서울시는 16일 서울도서관 3층에 고은 시인의 안성 서재를 재구성한 ‘만인의 방’을 80㎡ 규모로 조성해 오는 11월 개방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은 시인은 이날 오후 3시 서울도서관에서 ‘만인의 방 조성 및 작품 등 기증에 따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고난 속에서도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 지도자가 아니고 우리의 평범한 민중이라는 사실을 ‘만인보’를 통해 깨달았다”며 “그런 정신을 이 서재를 통해서 서울시민, 대한민국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이 작명한 ‘만인의 방’은 시인이 집필 시 사용한 서가와 책상, ‘만인보’ 육필원고와 집필을 위해 조사했던 인물 연구자료와 도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해온 메모지 등을 전시해 ‘만인보’의 창작 배경과 집필 과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만인보’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 고은 시인이 25년간 쓴 4001편의 인물시를 총 30권으로 엮은 한국 최대의 연작시집이자 ‘시로 쓴 한국인의 호적’이라고 불린다. 시집에 등장하는 인물만 5600여명에 달한다.

서울시는 11월 중 개관식을 열고, 만인보 이어쓰기 등 ‘만인보’를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만인의 방’은 ‘만인보’ 창작 과정과 뒷얘기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서 서울도서관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인의 방’ 조성 사업은 서울시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추진하는 기념사업 중 하나다. ‘만인보’는 3·1운동의 가치를 탁월하게 기록하고 형상화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고은 시인은 “우연히도 저 같은 사람이 사용한 ‘만인’의 세계라는 것이 3·1운동 100주년의 큰 은총을 입어서 우리 대한민국, 한반도의 수도 한복판에 하나의 사적인 씨앗을 심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