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면 미세먼지에 취약… 뱃살 있으면 더 위험

입력 2017-05-17 05:02

뱃살이 많은 남성은 미세먼지(PM10·입자크기 10㎛ 이하 먼지)가 많은 날에 외출을 삼가는 게 좋겠다. 복부비만인 경우 미세먼지가 폐기능 저하를 정상인보다 훨씬 더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남성은 허리둘레가 90㎝(35.4인치)를 넘으면 복부비만에 해당된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서울대의대 연구팀이 2009∼2014년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40세 이상 남성 1876명을 분석한 결과, 복부비만인 사람은 거주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약 10㎍/㎥씩 높을수록 폐활량 지수도 약 10%씩 더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거주지 가까운 측정소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했다. 그리고 복부CT 촬영을 통해 총 복부지방과 피하 및 내장지방의 면적, 폐활량을 측정했다. 내장 혹은 피하지방의 단면적이 200㎡(허리둘레 평균 98㎝, 즉 38.6인치)를 초과하는 남성은 미세먼지 농도가 약 10㎍/㎥ 증가할 때마다 폐기능도 10% 더 감소했다.

복부비만이 미미하거나 없는(단면적 200㎡ 이하, 허리둘레 87㎝) 사람은 동일한 미세먼지 농도 노출에 의미 있는 페기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노출량은 약 50㎍/㎥이었다. 보건환경구소 김현진 교수는 “지방세포에서는 인터루킨-6 같은 염증 유발 면역물질(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종을 생성한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도 기도 염증이나 염증 매개인자,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면서 “지방세포와 미세먼지가 겹쳐 결국 더 심한 폐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비만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