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정치’ 시동… 文정부 초반 성패가 달렸다

입력 2017-05-17 05:03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홍 실장은 국무회의 참석에 이어 정부 부처 기획조정실장 회의를 주재했다. 최현규 기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정부 부처 기획조정실장 회의에 이어 18일 차관회의를 주재키로 했다. 문재인정부 내각 구성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각 정부 부처 차관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이른바 ‘차관 정치’가 시동을 걸었다. 차관회의가 실질적인 국무회의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홍 실장의 부처 장악능력, 총리실과 국정기획자문위의 협업 결과에 정부 초반 정책 수립의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다.

홍 실장이 차관회의에 앞서 부처 기조실장 회의를 이례적으로 주최한 것은 정부 출범 초기 기강 확립 성격이 강하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공무원의 의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홍 실장은 기조실장 회의에서 “국민적 기대가 큰 정부 출범 초기에 새 정부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한마음으로 진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실질적인 정책조정 업무는 차관회의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차관회의는 서울시 부시장까지 참석하는 등 ‘사전 국무회의’ 성격을 갖는다. 장관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 달가량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장관 공백 기간 동안 차관회의는 실질적인 국무회의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홍 실장은 주요 공약의 로드맵을 세우고 정책 과제를 조정·검토하는 작업을 차관회의에서 진행할 방침이다. 국정기획자문위와 부처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홍 실장이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기획자문위가 가동되면 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처 업무보고와 국정 과제의 틀을 짜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회의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또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참석해 상정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무게를 두는 국무회의와는 달리 차관회의에선 실질적 토론이 가능하다. 홍 실장이 각 부처에 신임 정부 정책 기조와 주요 과제를 구체적으로 지시·설명할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은 통화에서 “국무회의는 안건 처리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기게 된다”며 “실질적인 토론은 차관회의에서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때는 격론도 벌어지고, 첨예한 갈등도 조정해야 한다”며 “국무조정실장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했던 일정이 차관회의”라고 했다.

결국 홍 실장의 정책 조정능력과 부처 장악력에 정부의 초반 정책 이행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홍 실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자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각 부처에 하달할 수 있는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대학 동문인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과의 의사소통도 긴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어느 정권을 불문하고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들의 업무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총리실 공무원이 그간 부처와 긴밀히 소통해 왔기 때문에 이들을 존중하고 일을 추진해 나간다면 초반 정책 추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