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불렸던 박은주(60·사진) 전 김영사 대표가 출판사 경영을 총괄하던 10년간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는 74억원대 경영비리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박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허위 회계처리나 공금 무단인출 등 방법으로 2005∼2014년 모두 59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김영사가 발간한 책을 집필한 작가 허영만·이원복씨 등에게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전표를 꾸며 법인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허위 직원을 등재해 월급을 지급한 뒤 돌려받거나, 별도 회계처리 없이 자신이나 가족·부하직원 등의 계좌로 회삿돈을 송금받기도 했다. 횡령한 돈은 대출이자 상환, 펀드 가입, 아파트관리비 납부 등에 사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가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 없이 자신과 관련된 회사에 특혜를 제공해 김영사에 15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지인들과 W사를 설립한 뒤 W사가 김영사 및 자회사가 출판하는 모든 서적의 유통 및 영업업무를 독점적으로 대행하는 것처럼 꾸며 수수료를 지급했다. W사의 직원들은 소속만 변경됐을 뿐 기존처럼 김영사에서 서적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김영사가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체험학습 사업을 자신이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회사에 무상으로 양도하기도 했다.
1989년부터 2014년까지 김영사 대표로 재직한 박 전 대표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2014년 5월 김영사 설립자인 김강유(70)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퇴사했다. 박 전 대표는 이후 김 회장이 법인자금을 횡령하고 퇴직 시 약속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2015년 7월 김 회장을 배임·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김영사도 자체 감사를 벌여 박 전 대표를 지난해 6월 고소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출판여왕’ 박은주 前 김영사 대표의 몰락
입력 2017-05-16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