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일자리가 최고의 재활복지다

입력 2017-05-17 19:48 수정 2017-05-18 15:19
장애인 고용 제조업체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 장애인 재활 전문가들은 장애인 재활복지는 곧 일자리라고 강조한다. 국민일보DB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취업박람회 등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기업이 의무고용제를 지키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 ‘2016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3개월 월평균 임금이 169만1000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5만6000원 감소한 금액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 평균임금 241만2000원의 70.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은 지난해 5월 현재 통계로 244만1166명이다. 이 중 38.5%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고용률은 36.1%, 실업률은 6.5%로 일반인에 비해 1.8배 높았다.

장애인 직장을 살펴보면 제조업이 15.8%로 가장 많았고, 농업 임업 어업 광업이 15.2%, 건설업 9.3%, 도매 및 소매업 9.1%,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7.2%, 운수업 7%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직장 유형 중 공공근로, 복지일자리 등 정부재정지원 일자리는 11%,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일자리는 4.4%였다. 또 장애인 임금근로자 59만4721명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36만3052명으로 61%나 됐다.

장애인 임금 수준은 상용근로자 220만5000원, 임시근로자 92만4000원, 일용근로자 120만5000원으로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216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농업, 임업, 어업 및 광업이 101만9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또 정규직근로자 242만1000원, 비정규직근로자 122만5000원으로 비정규직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 시간제 근무형태가 많았다.

아울러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현재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5년9개월이었다.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주간 평균 취업시간은 38.5시간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43시간보다 4.5시간 적은 수치였다. 2015년 대비로는 1.2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은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의무고용제(할당고용제)를 적용해 50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체는 전체 근로자의 2.9%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많은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고용부담금을 내는 사업장이 절반이 넘는 실정이다. 고용업체의 경우 정부지원금 전용 사례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직업재활시설협회 신직수 사무국장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전국적으로 582개가 있고 이곳 1만7000여명이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 등 중증 장애를 가졌는데 이들 중 최저임금을 받는 장애인은 정작 2000여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전체 임금 근로자의 61%가 비정규직이고, 업체에 대한 지원도 미미해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중증장애인들을 시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적성과 자질을 잘 개발해 일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지적 장애와 자폐성장애, 뇌성마비, 뇌전증 등 직업적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 국내에서도 장애인을 ‘세금 내는 국민’으로 전환시키는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장애인복지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변호사와 애널리스트 등 전문적인 직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고등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청각장애인에게 알맞은 전문 직종(애니메이션, 붙박이장 제조업, 디자인, 미장, 간판 업종 등)을 넓혀가는 한편, 사회적 기업이나 장애인 표준 사업장을 폭넓게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 교수는 “우리나라도 30세이하 장애인의 53%가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라면서 “이들에 대한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업무를 넘어 새로운 보호 및 의무고용제도에 따른 다양한 일자리 개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고도의 정보사회에서 중증장애인 적합 직종인 문서보관 및 파쇄업, 단순 서비스업, 행정보조업 등 새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중증 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제도가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곳은 일부 관공서에 국한돼 장애인 지원정책 및 직업재활, 소득보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며 ‘성장도 일자리며, 복지도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비롯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이 공약에 국내 250만여 장애인들은 장애인 직업재활과 일자리 마련, 장애인 소득증대가 반드시 포함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