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의 주포였던 이정현이 올해 프로농구(KBL)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왔다. 이정현은 리그 최고의 토종 득점원이어서 그를 둘러싼 뜨거운 영입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KBL에서 20시즌을 소화한 ‘살아있는 레전드’ 주희정(서울 삼성)은 현역 은퇴를 결정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KGC는 16일 “구단이 7억5000만원을 제시했지만 이정현이 연봉 7억2000만원과 인센티브 8000만원 등 총 8억원을 요구하며 계약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오세근과 함께 토종 듀오로 활약하며 KGC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승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두 선수의 몸값은 치솟았다. KGC는 계약기간 5년 7억5000만원(연봉 6억원+인센티브 1억5000만원)에 오세근을 붙잡았지만, 이정현을 놓쳤다.
현재 이정현을 FA로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팀은 크게 삼성, kt, 동부 등 3개 구단 정도로 압축된다.
삼성은 김준일과 임동섭이 동시에 상무에 입대했고, 주희정마저 은퇴하며 전력 손실을 메워야만 하는 처지다. 또한 이날 FA 문태영과 전년 대비 22.5%가 깎인 5억5000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어서 상대적으로 샐러리캡에 여유가 생겼다. ‘슈터난’을 겪었던 삼성이 군침을 흘릴만하다.
동부는 박지현이 은퇴하고 허웅이 군에 입대해 가드 공백이 크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주성과는 지난 시즌보다 무려 56%나 삭감한 1년 2억원에 재계약을 맺어 자금 동원 여지가 있다. 또 동부의 이상범 신임 감독은 이정현이 프로에 데뷔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KGC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리빌딩을 선언한 kt도 이정현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kt는 올 시즌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을 LG로 이적시키면서 거물급 FA선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이정현은 공격력 난조로 정규리그 9위에 그쳤던 kt 재건에 적합한 선수다.
고양 오리온의 포워드로 활약한 김동욱은 이정현과 더불어 FA 시장의 ‘빅2’로 떠올랐다. 김동욱은 보수 5억원을 주장했지만 4억5000만원을 제시한 오리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시장에서 평가를 받기로 했다.
1997년 데뷔한 주희정은 정든 코트를 떠난다. 올 시즌까지 KBL 최다인 1044경기를 뛰었고 꾸준한 체력관리로 모범을 보이며 성실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주희정은 “내가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며 지도자의 길을 희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대어’ 이정현, 누구품에 들어갈까… KGC 7억5000만원 뿌리치고 FA 시장으로
입력 2017-05-16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