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설움’ 피어밴드, 너클볼로 에이스 자리매김

입력 2017-05-16 18:32
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지난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정규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너클볼을 던지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위즈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2)는 2015년 넥센 히어로즈가 연봉 38만 달러의 헐값에 데려왔다. 그해 13승11패, 평균자책점 4,67로 나름 잘 던졌지만 팀의 1선발을 맡기기엔 부족했다. 이듬해 넥센은 피어밴드와 재계약했지만 시즌 중반인 7월 5승7패의 성적을 내자 방출했다. 다행히 그때 요한 피노를 방출한 kt가 손을 내밀어 간신히 국내에 머물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순탄치 않았다. kt가 거물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피어밴드와 계약을 미뤘다. 결국 마땅한 선수가 없자 kt는 전지훈련 가기 직전인 올해 1월 말 총액 68만 달러에 피어밴드와 계약했다. 등록된 외국인 선수 30명 가운데 밑에서 6번째로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올 시즌이 시작되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kt 1선발을 넘어서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변모했다. 15일 기준으로 5승2패 평균자책점 1.41이다. 평균자책점은 당당히 1위이며 다승 부문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선두다.

피어밴드가 올 시즌 환골탈태한 가장 큰 이유는 너클볼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피어밴드는 지난해까지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다. 여기에 너클볼까지 구사하며 말 그대로 ‘언터처블’이 됐다. 너클볼은 손가락을 구부린 채 쥐고 던져 공이 전혀 회전하지 않는 구종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변해 타자가 치기 상당히 어렵다. 축구에서 무회전 프리킥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너클볼을 배운 피어밴드는 스프링캠프에서 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열중했다. 피어밴드는 “한국에서 너클볼을 잡을 포수가 없었다”며 “전지훈련에서 장성우, 이해창 등 우리 팀 포수들과 훈련해서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마음가짐이다. 피어밴드는 한국프로야구를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피어밴드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고 싶어한다”며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어린 투수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