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 EPL 첫 시즌 30승 마법 ‘-1’

입력 2017-05-16 18:32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순연경기에서 4대 3으로 이긴 뒤 장난감 왕관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안토니오 콘테(48·이탈리아) 감독은 열정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상시킨다. 공격해야 할 땐 주먹을 내지르고, 수비해야 할 땐 팔을 크게 휘두르며 선수들을 끌어내린다. 골이 터지면 펄쩍펄쩍 뛰다 관중석으로 몸을 던지기도 한다. 콘테의 제스처는 어느덧 EPL의 볼거리가 됐다. 콘테는 이런 열정으로 이번 시즌 첼시의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이끌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번엔 EPL 사상 첫 시즌 30승을 지휘할 태세다.

첼시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EPL 28라운드 순연경기에서 4대 3으로 이겼다. 29승3무5패를 기록한 첼시는 오는 21일 선덜랜드와의 최종전에서 30승을 노린다. 1995-1996 시즌 현재와 같은 38경기 체제가 갖춰진 이후 30승을 거둔 팀은 없다. 과거 조세 무리뉴 감독(현 맨유)이 첼시를 이끌었던 2004-2005, 2005-2006 시즌 거둔 29승이 최고 기록이다. 선덜랜드가 EPL 최하위 팀이라는 점에서 전무후무한 30승 달성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2014-2015 시즌 EPL 우승을 차지했던 첼시는 2015-2016 시즌 10위로 떨어졌다. 무리뉴 전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 탓이었다. 콘테 감독은 이번 시즌 첼시를 맡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평소엔 스포츠 심리학 책과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즐겨 읽는 ‘순한 양’인 콘테는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야수’로 돌변한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선수 시절에도 승부욕이 남달랐다. 그는 최근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경기 중 내가 자리에 앉는다면 그건 열정이 사라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콘테 감독의 열정은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올 시즌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팀을 위해 뛰었다. 맨유 출신인 리오 퍼디낸드는 ‘타임즈’ 칼럼을 통해 “첼시에는 볼이 없이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을 포지션에서 끌어내 핵심 지역에서 공간을 만드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은 팀에 대한 헌신이 있을 때 많이 나온다.

‘스타 군단’ 첼시는 감독이 장악하기 힘든 팀이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차별 없는 대우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경기력과 컨디션만 보고 베스트 11을 결정했다. 콘테 체제에서 ‘악동’ 디에고 코스타는 팀플레이에 치중하며 리그 20골(4위)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 태업 논란을 일으켰던 에당 아자르도 15골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물론 열정만으로 좋은 성적을 올릴 순 없다. 콘테 감독은 EPL 6라운드부터 기존 포백 전술을 버리고 스리백을 선택했다. 첼시는 스리백으로 7라운드부터 19라운드까지 13연승을 질주하며 1강 체제를 확립했다. 첼시는 스리백에서 공격 능력을 갖춘 윙백들을 활용해 순간적으로 공격 숫자를 늘리는 전술을 운용한다. 수비 상황에선 코스타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움츠려들면서 순식간에 파이브백을 형성한다. 상대 공격수들은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콘테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좋은 팀이라는 것은 경기장 안에서 증명해 내야 한다. ‘첼시니까 좋은 팀’이라는 건 없다”며 최고의 경기력을 주문한다. 감독과 선수의 혼연일체가 EPL에서 첼시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