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범죄] 입양 발목잡는 ‘입양특례법’

입력 2017-05-17 05:02 수정 2017-05-17 11:21

영아유기와 입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이 여러 차례 개정됐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유기된 아이들과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처지도 들쑥날쑥 변하고 있다.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국내 입양이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입양특례법은 입양아가 친부모를 찾기 쉽게 만들고, 양부모의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해 학대를 막자는 취지로 2012년 8월 개정됐다.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양부모의 입양 절차를 강화했다. 이전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입양이 가능했지만 법 개정으로 법원이 양부모의 부양능력 등을 심사한 뒤 입양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취지는 좋지만 입양이 큰 폭으로 줄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1548명이었던 국내 입양아 수는 2015년 683명으로 감소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아이들이 새 부모를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는 2011년 25명에서 2015년 242명으로 늘었다. 신분 노출이 두려운 미혼 부모들이 출생신고를 피하기 위해 영아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결과다.

입양특례법이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미혼 부모의 출생신고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의 인권을 고려한다면 친부모 찾기나 양부모 검증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아이에게도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부모의 사생활 보호는 잘 되겠지만 아동의 (권리) 보호는 안 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관계등록법도 지난해 11월 개정 후 비슷한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바뀐 법은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때 입양자녀나 혼외자녀 등 민감한 정보를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미혼모 등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덜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우보증제도까지 폐지돼 출생신고가 더 까다로워졌다. 인우보증제도는 성인 2명을 보증인으로 세우면 출생증명서 없이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허위 출생신고로 부당하게 수당을 타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이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엄마들이 출생신고를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우보증제도가 있을 때는 베이비박스 담당 직원들이 보증을 서는 형태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부탁하는 엄마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제도가 폐지되면서 이 길이 막혔다. 의사나 조산사가 작성한 출생증명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거나 가정법원에서 확인을 받아야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6월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 등은 입양기관장이 입양될 아동의 가족관계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혼모가 출생신고 때문에 아이를 버리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개인정보 보호도 함께 강화됐으니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도 익명 출산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익명성의 정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노력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임주언 윤성민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