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조규남] 신앙과 정치공학의 역학관계

입력 2017-05-16 00:00

2017년 5월 10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새 정부의 출범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는 참으로 배운 바가 많습니다. 진일보한 국민의식도 갖게 됐습니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절대주권 앞에서 절대믿음으로 더욱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른바 ‘권력의 맛’ 이전에, 정치가 주는 그 묘한 마성(魔性)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이처럼 사람을 흥분시키고 몰두하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수많은 군중들이 자신을 향해 환호하고 말 한마디와 몸짓 하나에 열광하며 거의 맹신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볼 때, 자기 자신도 군중들의 환호 안에서 감정이입이 됩니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군중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동화돼 버립니다. 이것이 정치의 매력이고 힘입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무대 위 연예인들이나 이단 교주들도 그렇습니다.

신앙과 신념은 다릅니다. ‘믿을 신(信)’의 기반 위에서 신앙(信仰)은 ‘우러를 앙(仰)’, 즉 밖에 있는 어떤 대상을 우러러봄으로써 생겨지는 믿음입니다. 신념(信念)은 ‘생각할 념(念)’, 즉 안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는 신념에 사로잡혀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신앙과 정치공학의 역학관계가 있습니다.

선거철에 우리는 싫든 좋든 평소와 다르게 선거에 관심을 갖고 몰두하게 됩니다. 정치의 메커니즘 속에 갇혀 있는 우리가 선거가 끝난 후에도 계속 사람에게 집착하면 정치(사람)가 신앙 위에 있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순종하는 삶을 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정치공학의 구조 안에서 그것들에 의지하고 살아온 것임을 방증합니다.

정치나 목회나 모두 사람을 다루는 일입니다. 나와 뜻이 하나 되도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뜻을 모으고 생각을 같게 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결방법에서 사람의 생각은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고 선악의 문제만 아니라면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양보든 타협이든 어느 한 편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편에게 맞춰 나가야 합니다. 다행히 이 과정이 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서로가 등을 돌리고 갈라설 수밖에 없습니다. 목적지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지만 서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를 때는 갈수록 사이가 더 멀어집니다. 이것이 인간의 일이고 정치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다릅니다. 출발과 목적 모두가 하나입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이요 끝이기 때문입니다. 목회 역시 사람을 상대하고 다루는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로 하여금 나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그리스도를 닮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목적지향점으로 삼아 달려갈 때 서로의 간격은 하나의 목적 앞에서 갈수록 좁혀지고 십자가에서 하나로 결합돼 놀라운 기적의 역사를 이루게 됩니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모든 것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특히 물줄기는 점점 아래의 한곳으로 모이게 됩니다. 세상 이치 모든 게 이와 같습니다.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잠 18:12)라는 성경말씀대로 지도자일수록 더욱 몸을 낮춰 겸손한 것만이 앞으로 모든 일을 지혜롭게 해나갈 수 있는 성공적인 정치공학입니다.

“인간의 종이 되지 말지니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살거나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라. 그리하면 네 생의 힘이 상실된다. …무엇보다 주의 종이 되며 하나님의 마음에 들도록 유의하라. 그러면 네가 많은 사람을 축복할 수 있으며 훗날 주의 종으로서 주님의 곁에 서게 될 것이다.” (M 바실레아 슐링크)

조규남(파주 행복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