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화성 12형’은 엔진의 추력과 비행거리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신형 엔진은 올해 3월 개발 완료했다고 주장한 백두산 계열의 신형 고출력 엔진으로 최고 정점고도 2111.5㎞에 이르러 강한 추력을 지녔음이 확인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엔진을 개발한 지 불과 두 달도 안돼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은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 신형 고출력 엔진을 주엔진으로 사용하고 4개의 보조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파악된다. 단 분리 현상이 포착되지 않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1단 미사일로 추정된다. 한 미사일 전문가는 “1단 미사일로 이 정도 추력을 보였다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발전될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북한이 이번에 신형 미사일 발사에서 1개 엔진만 사용했는지, 2개 이상의 엔진을 결합하는 ‘클러스팅’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번에 1개의 엔진만 사용했다면 2개 이상 결합할 경우 훨씬 더 강한 추력을 발휘할 수 있다. 탄두의 무게나 사거리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는 추가 핵실험이 실시될 경우 이전까지 실시된 10㏏ 내외의 폭발력보다 강한 폭발력을 지닌 핵탄두 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엔진 추력이 늘어남에 따라 사거리도 기존 무수단보다 대폭 증가한 5000㎞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처럼 1단 미사일이 아닌 2단 추진체를 쓸 경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 본토가 타격권에 들어 있다”고 위협한 것을 수사적인 위협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미사일 자세제어와 액체연료체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술도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에서는 미사일의 자세제어를 위해 사용했던 격자형 보조날개(그리드핀)를 쓰지 않았다. 그만큼 자세제어 기술이 발전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가혹한 재돌입 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탄두부)의 말기 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강조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했어도 중요한 데이터나 성능자료는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지상실험과 최근 실시된 시험발사를 통해 ‘물리적 삭마(削磨·탄두가 고열로 마모되는 현상)’ 기술은 확인했으나, 실제 대기권 재진입 환경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삭마’ 기술은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처럼 최고고도 2111.5㎞에서 미사일이 낙하할 경우 낙하속도는 ICBM급에 가깝다. 한 전문가는 “낙하속도가 무수단(마하 10∼15)보다는 높았던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ICBM에 준하는 재진입 환경을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CBM급의 낙하속도는 마하 24 정도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정 고도에서 공중폭발을 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진입 기술 시험에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상당히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화성 12형, 신형 고출력엔진… ICBM 멀지 않았다
입력 2017-05-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