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밑그림’ 그리기 속도… 순차적 조각 가능성

입력 2017-05-16 04:20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일부 장관에 대한 제청권 행사를 요청할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가 외교·안보 등 다급한 인선부터 순차적 조각(組閣)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지난 10일 유 부총리를 만난 바 있다. 필요시 (유 부총리를 통한) 장관 제청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전달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유 부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은 내각 인선의 밑그림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이낙연 후보자의 공식 취임에 맞춰 내각을 일괄 공개하기보다는 유 부총리를 통해 당장 필요한 자리부터 순차적으로 제청해 나가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총리 인준이 빨리 통과된다면 별 필요가 없겠지만 조각 자체가 너무 늦춰지는 상황이 오면 다른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에서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됐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인사청문경과 보고서가 26일 채택되면 본회의 통과는 31일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중 이 총리 후보자와 만나 조각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자 역시 사전 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아직 법적인 총리가 아니어서 국무위원 제청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일정한 협의를 하겠다고 하신다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새 총리는 의전총리 또는 방탄총리가 아니라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선무로 꼽히는 외교부 장관으로는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에서 단장을 맡았던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와 이수혁 전 주독일 대사 등이 첫손에 꼽힌다. 통일부 장관에는 여당 의원 중 우상호 원내대표와 홍익표 의원이 거론되고 박선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유력 거론되는 가운데 백군기 전 의원,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도 물망에 올라 있다.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에는 조윤제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 거론된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가장 근접해 있다.

청와대는 이날 대변인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측근인 박수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박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당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 전략홍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 지사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박 전 의원은 안 지사 측근 가운데 첫 ‘문재인청와대’ 입성 인사가 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