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교회, 실버목회에서 빛을 찾다

입력 2017-05-16 00:00
창북교회 노인대학에 재학 중인 ‘어르신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예장통합 제공
금당교회 재가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르신들이 봄 소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예장통합 제공
어르신 일자리도 창출한 부안 창북교회

전북 부안군 창북교회(임종주 목사) 당회는 2005년 말 창북노인교실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이듬해 3월 신입생을 모집했다. 교육과정은 노래와 춤, 부안문화여행, 영화관람, 레크리에이션, 건강강좌, 악기연주 등으로 다양하게 마련했다. 별다른 여가생활이 없는 농촌에서 창북노인대학은 큰 인기를 끌었다.

교회는 노인학교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 창북노인복지 센터를 만들었다. 거창한 건물부터 세운 건 아니었다. 정부가 진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활용해 40명의 어르신들이 도우미로 나서 다른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복지를 시행한 것이었다. 재가복지는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말한다. 실제 이 교회 ‘어르신 도우미들’은 지역에 있는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청소와 수리, 심부름과 발 마사지 등을 해 주면서 말동무가 됐다. ‘젊은 어르신들’이 ‘연로한 어르신들’을 돕는 상호부조를 도입하고 노인 일자리까지 확대하는 일석삼조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

어르신 섬기는 완주 모악제일교회와 금당교회

전북 완주군 모악제일교회는 경로대학으로 노인목회에 눈을 뜬 경우다. 농촌교회로 인력도 재정도 없었던 이 교회는 열정만 갖고 경로대학을 설립했다. 프로그램은 총회가 매년 두 차례 시행하는 노인대학 세미나를 통해 마련했다.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은 1000원, 장년들은 1만원씩 헌금했다. 2005년 4월 문을 연 경로대학은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입소문이 나 마을에 살던 무속인들까지 등록하는 뜻밖의 결실도 거뒀다. 수년 간 지역사회에서 쌓았던 좋은 소문으로 ‘구이노인복지센터’를 만들 때는 완주구청 사회복지과와 총회복지재단이 적극 나섰다. 2007년 출범한 구이노인복지센터는 노인복지사업의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가노인 지원 서비스부터 일자리 제공과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 장애인 목욕 지원, 무료급식 등이 모악제일교회가 하고 있는 어르신 복지 사업들이다.

역시 완주군에 있는 금당교회(이건희 목사)는 어르신들에 대한 재가복지 서비스에 집중해 성공적으로 사역하고 있다. 반찬 지원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생일파티’와 병원 동행 및 차량 지원, 도배와 장판 봉사, 나들이 서비스, 문화 체험, 전문 상담 등이 주요 사역이다. 이 교회의 노인복지 예산은 연간 600만원 정도로 나머지 비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초고령 농어촌에서 노인목회는 선택 아닌 필수

이들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농어촌선교부(부장 김덕수 목사)가 최근 농어촌교회 노인목회 사례로 소개한 곳들이다. ‘장수를 축복으로 만드는 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자료집에는 건강하게 농어촌목회를 하고 있는 전국 13개 교회의 사례가 목회 유형별로 정리돼 있다. 많은 재정이 소요되지 않는 ‘경로대학’으로 시작해 좋은 평판을 얻은 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재가복지’와 ‘노인복지센터’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통계청이 2016년 발표한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13.2%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로 규정하고 14%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농어촌의 고령화 현실은 UN의 분류기준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통계를 기준으로 전남 고흥군은 65세 이상 인구가 37.5%, 경북 의성군은 36.8%로 이미 초고령 사회 기준을 훌쩍 넘었다.

이건희 목사는 “농촌 어르신들은 극한 외로움 속에 교통과 문화, 의료 등에 모두 소외돼 있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교회가 이분들의 노후생활에 도움을 주고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바로 농어촌 목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글=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