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라노’ 통해 제작자로 데뷔하는 류정한 “배우들이 개런티 양보했어요”

입력 2017-05-16 19:26
뮤지컬 ‘시라노’를 통해 제작자로 데뷔하는 류정한이 1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에서 느꼈던 감동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라노’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류정한,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왼쪽부터). 뉴시스
“배우들에게 개런티 좀 깎아달라고 부탁했어요. 배우들이 작품을 먼저 생각한 덕분에 개런티에서 많이 양보해 줬어요.”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뮤지컬 배우 류정한(46)이 7월 개막하는 뮤지컬 ‘시라노’를 통해 프로듀서(제작자)로 데뷔한다. 15일 서울 마포구 CJ E&M센터에서 열린 ‘시라노’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배우일 때는 언제나 부탁받던 입장이었는데, 프로듀서가 되니 부탁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면서 “내가 그동안 제작자들에게 어떻게 대했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류정한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1997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데뷔했다.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이후 ‘지킬 앤 하이드’ ‘라만차의 사나이’ ‘스위니 토드’ ‘쓰릴 미’ ‘엘리자벳’ ‘레베카’ ‘몬테 크리스토’ ‘잭더리퍼’ 등 수많은 화제작에서 주역을 도맡았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뮤지컬 프로듀서로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2002년 윤석화가 ‘토요일밤의 열기’를 제작 및 연출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역 배우가 대작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그에게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솔직히 그동안 배우로서 돈을 많이 번만큼 흥행에 실패해 손해 보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시라노’가 개막했을 때 ‘배우나 하지 왜 프로듀서를 해서 작품을 저렇게 만들었느냐’는 욕을 먹고 싶지 않다”며 작품 완성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시라노’는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대본 및 작사가 레슬리 브리커스가 만든 작품으로 2009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으로 크고 못생긴 코가 콤플렉스인 시라노의 사랑을 그렸다. 우리나라에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류정한은 ‘지킬 앤 하이드’를 시작으로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등 와일드혼의 여러 작품에 출연한 인연으로 제작을 하게 됐다. 그는 이번에 뮤지컬 배우 홍광호, 그룹‘신화’의 김동완과 함께 주연 배우로도 출연한다.

류정한은 “지난해 3월 서울에 와 있던 프랭크와 식사를 하면서 ‘시라노’를 알게 됐다. 대본과 음악을 받아보고 시라노 역에 바로 매료됐다. 이런 역할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흥분이 들었다”면서 “언제 공연될지 모른다는 프랭크의 이야기에 농담처럼 내게 라이선스를 주면 직접 제작하겠다고 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웃었다.

‘시라노’는 그가 만든 제작사 ㈜RG와 국내 뮤지컬계의 큰손 CJ E&M이 공동제작한다. 1주일전 작품 연습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는 배우 역할에 좀더 충실할 계획이다.

그는 “처음엔 혼자서 다 하려고 했지만 만만치 않은 제작 과정에 파트너의 필요성을 느꼈다. 많은 작품을 제작해 노하우가 있는 CJ E&M이 파트너로 들어오면서 내 부담이 줄었다”면서 “이번 공동제작이 뮤지컬계에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