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윤회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경락 경위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새 정부가 이를 계기로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비선실세 사건의 본격 재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너무 앞서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 경위 사망 사건의 재수사 진정을 배당받아 내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담당자가 (사건에 대한) 판결이나 관계자 징계 의결서 등을 수집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정서 내용이 최 경위가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는데 유출했다고 해 억울하다는 내용인데 이 부분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경위는 2014년 11월 세계일보 보도로 공개된 ‘정윤회 동향 문건’의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 문건 중에는 “이 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지난해 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최 경위는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번 재조사는 최 경위의 형인 최낙기씨가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지난달 14일 서울경찰청에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명예를 회복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최씨는 “특검에도 진정서를 냈지만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 검찰도 경찰도 현재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잠잠했던 최 경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사건은 근본적으로 정윤회 게이트다. 최씨 건으로 많은 사람이 처벌받았지만 정윤회 게이트는 그렇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런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또 조 수석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전 경정 등 정윤회 문건 핵심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대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최 경위 재조사 결정이 새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최 경위가 정윤회 문건을 유출했다고 보고 2014년 12월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청와대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최 경위 사건 재조사가 사실상 청와대의 수사지휘가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에서 수사에 들어갔다는 부분은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민정수석 혼자 있는데 어떻게 조사를 하나”라고 반문하며 “주체 없는 조사를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정부 차원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너무들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최경락 사건’ 재조사… 정윤회 문건 수사 도화선?
입력 2017-05-15 18:02 수정 2017-05-15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