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눈감아준 안진회계법인, 구상금 내야”

입력 2017-05-15 17:59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는데도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표했다면 해당 회계법인 역시 피해 주주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철강업체 해원에스티가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1억79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안진회계법인 측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이 해원에스티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어려움 없이 알 수 있었음에도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고, 공시된 재무제표·보고서를 신뢰해 해원에스티 주식을 취득한 이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판단이다.

앞서 해원에스티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여금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 우발채무 존재 사실 등을 감춘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안진회계법인은 해원에스티의 회계를 감사하면서 재무제표 작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적정’ 의견을 내렸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2009년 10월 해원에스티의 부실감사 정황을 포착했다. 결국 이 회사는 2010년 5월 상장폐지돼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손해를 입은 주주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해원에스티는 17억5400여만원의 합의금을 배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관련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후 해원에스티는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 등이 합의금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하급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안진회계법인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기도 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