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엿새 동안 문재인정부가 보인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대통령의 ‘말’이 줄어든 대신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를 비롯해 ‘행동’을 보여주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노무현정부 경험을 바탕삼아 말을 먼저 꺼내 논란을 일으키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기조가 자리잡았다.
친문(친문재인) 측근들이 대부분 2선 후퇴했다. 부득이하게 노무현정부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시 일하게 될 경우 당시 직급을 넘어서지 않는 자리를 맡도록 ‘구두 합의’했다. 또 내각 구성 등 인사를 비롯한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에 여당과의 조화를 꾀하는 점도 눈에 띈다.
선(先) 조치 후(後) 설명
역대 정부와 달리 문재인정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면은 대통령 ‘업무지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 등을 당부하는 1호 업무지시를 내렸다. 대표 공약 추진 의지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및 5·18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2호), 미세먼지 응급 감축 지시(3호), 세월호 참사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지시(4호) 등이 이어졌다.
과거에는 청와대 홍보수석(현 국민소통수석)이 언론 브리핑을 하거나 해당 부처가 발표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서류에 서명, 지시하는 모습을 공개해 정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지시하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현장 정책 발표를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봐왔던 권위적 대통령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2008년 경기도 고양시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산경찰서를 찾았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안 중 국민께서 아셨으면 좋을 만한 것이나 주요 정책은 앞으로도 업무지시나 찾아가는 대통령 형태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러난 측근들
문 대통령은 2015년 당대표 시절 ‘패권주의’ 비판에 대해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측근들은 자발적으로 2선 후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청와대 당시 행정관 등 근무자들도 청와대에 다시 들어갈 경우 당시 직급 이상으로는 가지 않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조정2비서관을 지냈던 송인배 전 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은 현재 청와대 1부속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인선이 완료되지 않아 정식 부속실장은 아니지만 직급은 비서관급으로 당시와 동일하다. 노무현정부에서 환경부 차관으로 근무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청와대 정책실장 예상을 깨고 같은 차관급인 사회수석을 맡았다. 영전한 사람은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정도다. 조 수석은 2006∼2007년 노무현청와대에서 균형인사비서관을 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조 수석을 소개하며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인사 디자인을 실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일단 노무현청와대 출신의 ‘유리천장’은 깨는 데 성공한 셈이다.
당청 조화 추진
‘민주당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정부는 원활한 당청 관계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거론된다.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캠프 싱크탱크가 결합한 민주정책통합포럼이 국정기획자문위 구상을 맡았다. 여기에 당·정·청 인사들이 고루 참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16일 오전 10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기획자문위와 대통령직속 정부 일자리위원회 구성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최장 70일간 운영되며,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당연직 위원들을 비롯해 30∼40명의 자문위원들로 구성된다. 간사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맡는다. 위원회는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재점검해 임기 5년간 추진할 국정과제를 수립하게 된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문재인정부 특징… ①말보다 행동 ②측근 2선 후퇴 ③당·청 조화
입력 2017-05-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