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 김시우 ‘뚝심 샷’, 최연소 기록 갈아치우다

입력 2017-05-15 18:16 수정 2017-05-15 21:31
김시우가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5번 홀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김시우가 대회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AP뉴시스

한국의 17세 ‘고교생’ 골퍼는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국내 프로무대를 거치지 않았던 탓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소년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섰다. 그리고는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공동 20위로 통과하며 역대 최연소(17세5개월) 합격 기록을 세웠다. 5년 뒤 그는 제 5의 메이저 대회라 일컬어지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대회 최연소 챔피언에 올라 PGA의 신성으로 우뚝 섰다.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 달러)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1세10개월인 김시우는 2004년 대회 우승자 애덤 스콧(당시 만 23세8개월12일)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맛본 김시우는 9개월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이 대회에서 한국선수가 우승한 건 2011년 최경주 이후 6년만이다.

김시우는 경기 후 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 최연소 챔피언이 돼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남자 골프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4대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US오픈’ (이상 총상금 1000만 달러), ‘브리티시오픈’(930만 달러)보다도 상금이 많을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김시우는 이번 우승으로 189만 달러(약 21억4000만원)의 상금과 PGA 투어 5년 출전권을 챙겼다. 또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김시우는 28위를 차지, 지난주 75위에서 47계단이나 끌어올렸다.

김시우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2년 사상 최연소로 Q스쿨에 합격했지만 만 18세 이전에는 PGA 투어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 탓에 초청선수로만 간간이 투어 대회에 나섰다. 이듬해 Q스쿨 제도마저 폐지되면서 김시우는 웹닷컴 투어(2부)로 내려가 3년 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그럼에도 김시우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가다듬었다. 2015년 웹닷컴 투어 상금랭킹 10위에 오른 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PGA 투어 대회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PGA 투어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김시우를 지목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시우는 윈덤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PGA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김시우는 올 시즌 초반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지난해 말 입은 허리 부상의 여파 탓인지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7번의 컷 탈락, 4차례 기권 등의 수모까지 겪으며 침체가 길어지는 듯 했다.

김시우는 또 한 번의 도전을 감행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퍼팅 정확도를 높이고자 ‘집게 그립’을 시도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마스터스에서 이 그립으로 우승한 것을 보고 따라했다. 그리고 그립 변화는 도약을 위한 신의 한수가 됐다.

대회 마지막 날 71명의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보기 없이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그는 세계랭킹 1∼3위에 포진한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 등 정상급 선수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선보이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편 김시우의 후원사인 CJ대한통운은 “제 5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김시우 선수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피땀 어린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과 훈련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시우 선수의 우승으로 전 세계에 회사의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됨으로써 인지도 향상은 물론 인수합병(M&A) 등 글로벌 성장전략 추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도 표출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