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석(47·가명)씨는 최근 교회를 떠났습니다. 심방을 온 담임목사는 “교회에 바라는 게 없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평소 생각한 대로 교회의 재정 사용 내역을 성도들에게 공유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후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담임목사는 설교 때마다 “사단의 꾐에 넘어가 주의 사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성도가 있다”며 누군가를 비난했습니다.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하며 박씨는 목사가 비난한 대상이 자신인 것을 알았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 다니는 이신영(50·여)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와 그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으로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담임목사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 교구 담당 부목사에게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담임목사를 만나기 원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고 대외 활동으로 바빠 만나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부목사는 기도제목을 주면 전달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을 기치로 내걸고 소탈하고 격의 없는 행보를 보여 주목과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불통’이라 비판받으며 실망을 안긴 직전 정권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지지를 받는 이유로 보입니다. 동시에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와의 소통부재로 상처 입었던 이들이 소통하는 리더를 갈망해왔다는 게 이유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교회 역시 불통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합니다. 목회자의 권위주의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3월 국민일보가 성도 900명, 목회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가 실천해야 할 개혁과제를 설문한 결과를 봐도 ‘목회자의 권위주의와 교권주의 내려놓음’(47.2%)이 우선순위로 꼽혔습니다.
합리적 문제제기를 하는 성도들을 멀리하고 비난하는 것, 성도의 삶과 동떨어진 말씀을 전하면서도 자신의 설교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권위주의가 잘못 발현된 예입니다.
담임목사를 만나는 것이 왕을 알현하는 것처럼 어려운 경우, 당회가 기업의 이사회처럼 여겨지며 일방적으로 주요사안을 결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석대 채영삼(신약학) 교수는 이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권위를 빙자해 목회자들이 교회를 자기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권위주의는 교만에서 나옵니다. 찰스 스펄전 목사는 ‘모든 일에 성공했기 때문에 목회도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을 신학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교만을 경계했습니다. 능력과 영향력이 생기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목회자는 특히 그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성도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교인들의 안위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지도자를 ‘삯꾼’(요 10:12)이라 지칭했습니다.
성도들은 소통과 공감을 목회자의 덕목으로 꼽습니다. 교회의 비전과 목표, 정책을 충분히 공유하는 문화, 사역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는 풍토가 자연스러운 교회가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미션 톡!] “文 대통령처럼… 목사님과 소통하고 싶어요”
입력 2017-05-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