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 들어 최대치로 증가하는 등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문재인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총량관리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 3월보다 7조3000억원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증가액인 9조원보다는 줄었다. 금융위는 지난 1분기에 이어 증가세가 안정화됐다고 평가한다. 지난 1분기 가계대출은 15조3000억원 늘어 지난해 1분기(17조9000억원)보다 규모가 줄었었다.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 큰 폭으로 늘면서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줄었을 뿐 전월에 비해선 계속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6000억원 늘어 지난해 4월보다는 줄어들었다. 지난해 1∼4월간 15조1000억원이 늘어난 반면 올해 같은 기간엔 10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에 이례적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0∼2014년 4월 평균 은행 가계대출은 약 2조2000억원으로 올해 4월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 통계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3조3000억원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 대출은 1조3000억원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은행 대출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이사 수요 등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승인된 중도금대출이 집행되며 집단대출도 늘어났다. 기타 대출은 5월 초 연휴 등으로 인해 수요가 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5월 이후 분양물량이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밀착 관리·감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도 전달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2조2000억원 늘어 잔액이 26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실상 가계부채 성격을 띠고 있어서 실질적인 가계부채가 1600조원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약 1344조원이다.
문재인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공약했었다. 박근혜정부 시절 금리 인하 및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급증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33.1%에서 지난해 3분기 151.1%까지 뛴 상황이다. 정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및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탕감 등 서민금융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를 되돌리는 방안은 자칫 부동산시장 냉각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가계빚 증가세 또 꺾였지만 은행권 대출은 큰 폭 늘었다
입력 2017-05-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