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복심’ 양정철, 지인들에게 보낸 시 “더 낮은 곳으로”

입력 2017-05-16 04:17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 중 한 명이다. 문 대통령 측근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문 대통령도 그를 ‘양비’(양 비서관)라 부르며 신뢰한다.

그런데 그가 청와대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양 전 비서관의 고사와 문 대통령의 측근 배제 원칙에 따른 결과물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사람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상 양 전 비서관 같은 측근들이 청와대에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다. 노무현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는 경남 봉하마을에 머무르며 가까워졌다. 문 대통령의 회고록 ‘운명’ 집필을 기획하며 문 대통령을 정치의 길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18대 대선을 거치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양 전 비서관은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19대 대선 플랜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조응천 의원 등 외부 인재 영입을 성사시켜 20대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자신은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등 핵심 측근들과 함께 총선에 불출마했다.

양 전 비서관은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로 분류됐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7고초려’해 문 대통령을 보좌하게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5일 “양 전 비서관 스스로 당의 공식 직책 등을 맡지 않는 것이 문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양 전 비서관은 최근 지인들에게 정양 시인의 ‘더 낮은 곳으로’라는 제목의 시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시는 “이 세상에는 흘러야 할/ 낮은 데가 끝끝내 있다고” “하늘도 구름도 다 등지고/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누런 손자락으로/ 이 세상을 더듬고 있다”고 읊고 있다. 자리를 바라지 않고 낮은 곳으로 찾아들겠다는 의미다.

양 전 비서관이 청와대 입성을 고사한 배경에는 문 대통령의 인사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보수 정권 10년 동안 공직에 진출하지 못한 이른바 ‘10년 기근’ 탓에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에 입성하려는 캠프 관계자들이 1000명이 넘는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인사 민원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안팎에서 양 전 비서관의 청와대 입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측근 2선 후퇴가 오히려 ‘비선실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속마음을 상세히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양 전 비서관의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일은 양비처럼 해야 한다”며 “양비가 없으면 누가 문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 알아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겠느냐”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