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58·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15일 이임식을 갖고 27년간의 검사생활을 마쳤다.
그는 “비록 저는 떠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중차대한 임무가 우리 검찰에 주어져 있다”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법언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임사에서 “역동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찾고 정의를 세우는 검찰인의 삶은 청춘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의 요체는 원칙, 절제, 그리고 청렴”이라며 “구속, 사건처리, 구형 등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12월 총장 취임 직후 사건처리기준을 명확히 만들도록 지시했었다.
김 총장은 국민의 비판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하며 절제된 검찰권을 당부했다. 수사의 소신이 존중돼야 하지만 자신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은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송나라 문인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인용했다.
검찰개혁 요구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검찰개혁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류시화 시인의 ‘소금’이라는 시를 읊은 뒤 “우리 검찰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김 총장의 취임 이후 온 국민의 관심사였으나 해결되지 않았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이 수사됐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총괄하며 자신의 임명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취임 때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언급했던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운명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총장으로 남았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취임사에 ‘한비자’ 인용한 김수남, 이임사는 ‘소동파’ ‘류시화’
입력 2017-05-16 04:00 수정 2017-05-16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