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 ‘한비자’ 인용한 김수남, 이임사는 ‘소동파’ ‘류시화’

입력 2017-05-16 04:00 수정 2017-05-16 17:18
김수남 검찰총장이 15일 오후 이임식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김 총장은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현규 기자

김수남(58·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15일 이임식을 갖고 27년간의 검사생활을 마쳤다.

그는 “비록 저는 떠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중차대한 임무가 우리 검찰에 주어져 있다”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법언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임사에서 “역동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찾고 정의를 세우는 검찰인의 삶은 청춘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의 요체는 원칙, 절제, 그리고 청렴”이라며 “구속, 사건처리, 구형 등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12월 총장 취임 직후 사건처리기준을 명확히 만들도록 지시했었다.

김 총장은 국민의 비판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하며 절제된 검찰권을 당부했다. 수사의 소신이 존중돼야 하지만 자신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은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송나라 문인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인용했다.

검찰개혁 요구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검찰개혁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류시화 시인의 ‘소금’이라는 시를 읊은 뒤 “우리 검찰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김 총장의 취임 이후 온 국민의 관심사였으나 해결되지 않았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이 수사됐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총괄하며 자신의 임명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취임 때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언급했던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운명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총장으로 남았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